에세이 명심보감

가장 편안하고 한가로울 때를 조심해야 한다

멋쟁이 바보, 최광식 2024. 3. 6.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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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편안하고 한가로울 때를 조심해야 한다 >

원주에서 바라본 일출

[원문] 閑居 愼勿說無妨, 纔說無妨便有妨. 爽口物多能作疾. 快心事過必有殃. 與其病後能服藥, 不若病前能自防.

[우리말 음] 한거 신물설무방, 재설무방변유방. 상구물다능작질. 쾌심사과필유앙. 여기병후능복약, 불약병전능자방.

[한자 뜻풀이] 삼갈 신, 말씀 설, 방해할 방, 비로소 재, 시원할 상, 재앙 앙,

[해설] 편안하고 한가로울 때, 걱정이 없다고 말해서는 안 된다. 걱정할 일이 없다는 말이 나오는 순간에 걱정할 일이 생긴다. 입에 맞는다고 음식을 많이 먹으면 병이 생길 수 있다. 마음에 기쁨이 있다고 해서 너무 지나치게 되면 반드시 화가 미친다. 병이 생긴 뒤 약을 먹는 것보다는 병이 나기 전에 예방해야 한다.

 

넓은 벌판을 지나가던 나그네에게 갑자기 코끼리가 달려들었다. 겁에 질린 나그네는 정신없이 도망치다가 허름한 우물을 발견했다. 나그네는 우물 위에 걸려있는 등나무 덩굴을 타고 내려가 숨었다. “이제 살았구나라고 한숨을 돌리고 있는데, 이상한 느낌이 들어 우물 밑을 보니 구렁이 한 마리가 도사리고 있었다. 깜짝 놀라 주위를 살펴보니 네 마리의 독사가 혀를 날름거리며 도사리고 있었다. 질겁을 하고 올라가려고 위를 보니, 흰쥐와 검은 쥐 두 마리가 등나무 덩굴을 갉아먹고 있었다.

눈앞이 캄캄해지기 시작했다. 이젠 꼼짝없이 죽었구나 하며 한숨을 쉬고 있는데, 우물 위 어디선가 꿀물이 떨어지고 있었다. 무의식중에 그 꿀물을 받아먹고 있었다. 마침내 꿀물에 정신을 빼앗긴 나그네에게 이번에는 꿀의 향기를 따라서 날아온 벌이 온몸을 쏘아대기 시작했다. 지독한 고통을 참고 있는데, 이번에는 어디선가 일어난 불이 등나무 덩굴에 옮겨 붙어 타기 시작했다.

이 나그네가 우리 삶의 모습일 수 있다.

코끼리는 무상(無常)의 태풍이고, 우물 안은 인간세계를 의미한다. 등나무 덩굴은 인간의 생명이고, 우물 밑의 구렁이는 죽음을 의미한다. 그리고 네 마리 독사는 우리 몸을 구성하고 있는 네 가지의 요소를 가르친다. 흰 쥐와 검은 쥐 두 마리는 낮과 밤을 의미하며, 꿀물은 쾌락을 뜻한다. 벌은 사람의 잘못된 생각이다. 불은 노쇠를 상징하고 있다.

결국, 인간이란 아무리 버둥거려도 무상의 바람에 쫓기고, 온갖 번뇌에 시달릴 뿐만 아니라 병과 노쇠 때문에 결국 죽음을 맞이한다는 이야기다.

편안하고 한가로울 때는 없다. 어떻게 걱정할 일이 없겠는가? 삶이란 살아 있어도 죽음과 함께 있는 것이며, 번뇌도 함께 있는 것이다.

편안하고 한가로울 때가 있다면 그때를 조심해야 한다.

 

행운을 믿지 마라. 아주 변덕스러운 행운은 한자리에 머물러 있지 못한다. 언제나 다른 곳으로 떠나기 위해 고개를 돌린다. 바람둥이처럼 자주 변덕을 부리기도 한다.

행운이 떠날 때 옷자락을 붙잡으며 애원하지 말고, 그저 담담하게 떠나 보내면 된다. 제피로스(바람의 신, 주로 부드럽고 잔잔한 서풍을 의미한다,)는 바람의 보따리를 한곳으로만 풀어놓지 않는다. 바람의 속도도 항시 일정하지 않고 변한다.

행운의 도움이 없더라도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어야 한다. 절대로 행운에 매달리면 안 된다. 오히려 행운이 뒤따르도록 만들면 된다, 행운은 자신에게 거만한 자를 사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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