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쟁이 바보(최광식) 수필집

아름답게 늙어가는 것

멋쟁이 바보, 최광식 2024. 5. 14.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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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게 늙어가는 것

 

 

 

어떻게 늙으면 좋은 것일까? 나의 황혼은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까?’ 떠올려 본다.

육체의 노화는 멈출 수 없다. 아직 젊다고 억지 부리며 저항하는 것보다는 당연한 일로 받아들여야 한다. 문제는 정신의 노화에 있다. 정신이 늙는다는 것은 머리가 굳어지는 것을 가리킨다. 생각이 굳어지고 사물을 보는 방식이 단편적으로 변하게 되면, 남의 말이 귀에 들어오지 않고, 판에 박힌 생각만 하게 된다. 생각이 굳어버린 완고함을 변화시키고, 마음의 유연성을 유지하며 아름답게 늙어가는 것은 어떤 것일까?

무슨 일에나 흥미를 느껴 보는 것은 바람직하다. 사람은 나이를 먹어 가면서 새로운 것은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귀찮아서 거기까지 갈 에너지가 부족한 탓이다. 일부 사람들은 이미 들어와 있는 낡은 것에 집착하게 되고, 흥미의 폭이 좁아지며 삶이 피폐해지는 것 같다.

주변에는 할 수 있는 일, 하고 싶은 일들은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할 수 없다라는 부정적인 생각보다는 할 수 있다라는 적극적인 생각은 흥미의 폭을 넓힐 수 있다. 마음을 열고 여러 사람에게서 배우려 하지 않는다면 정신적으로 늙어버린 노인이 된다. 아름답게 늙어가려면 젊은이들에게 배우며, 많은 사람과 교류하고 흥미를 느낄 필요가 있다.

 

마음을 비우고 인간적인 교류 관계를 지속해서 유지하는 방법도 있다. 마음이 늙으면 몸에서 먼저 나타난다. 무슨 일이든 내키지 않아 몸을 움직이지 않은 것은 좋은 방법은 아니다. 어떤 일이든 기회가 있을 때마다 몸을 움직이고, 행동에 옮기는 것이 중요한 일이다. 적극적으로 봉사하며 남을 도와주고 이바지하는 것도 좋은 일이며, 취미 생활과 종교를 가져 보는 것도 바람직할 것이다.

말벗으로 이성을 갖는 것도 좋은 방법의 하나다. 친구를 잃으면 삶이 삭막해질 수도 있어, 인간적인 교류 관계는 매우 중요하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친구와 사귐을 단절하고, 소극적인 은둔생활을 하면서 혼자 해결하며 지내려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가장 경계해야 할 일이다.

몸을 움직일수록 젊음은 유지되고, 건강하게 생활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나의 버킷리스트에는 인간적인 교류 관계를 유지하면서 기부와 봉사활동, 취미 생활을 즐기며 자아를 이루어 가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자기만의 시간을 가져 보는 것도 좋은 일이다. 주변의 도움을 받지 않고 자기 혼자 즐길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 보는 것이다. 하나의 고정관념은 자아가 한쪽으로만 기울였을 때 생긴다. 자기를 지키는 일에만 급급할 때 아무런 여유도 가질 수 없다. 평상시 침착하고 자제심이 강한 사람도 일단 발등에 불이 떨어지면 당황하게 된다. 특히 이해관계가 얽혀 있을 때 더욱 그렇다.

호흡을 크게 한 번 하고 마음을 진정시키고 생각해 보자. 고요히 믿고 의지하는 것이 힘을 얻을 수 있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쫓기듯 생활하는 것은 경계할 일이다.

아내와 함께 섬에서 일 년 생활을 계획하고 있다. 지금까지 같이 해온 40년을 되돌아보며 일상의 삶을 내려놓고 여유로움을 즐기고, 다가오는 40년은 더 아름답고 즐거운 노년을 만들기 위해서다.

 

노년만이 가질 수 있는 아름다움이 있다. 귤의 모습을 보면 시간이 갈수록 표면은 쭈글쭈글해지지만 그 모습 자체가 아름다워 보인다. 사람도 연륜이 쌓이며, 시간에서 배어 나오는 노년의 멋이 있다.

오래전부터 머리카락은 반백이 되었으나 이런 모습이 싫지가 않다. 반백의 머리카락은 노년이 아니면 누릴 수 없는 특권이다. 그런데 주위에서 보기 흉하고, 늙어 보인다며 염색을 권유한다. 나이가 들면서 백발이 되는 게 이치이며,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을까? 이 또한 노년의 아름다움이다. 인위적으로 젊어지려는 노력은 하지 않을 것이다.

노년을 부정하기보다는 노년이 가지는 아름다움을 누리는 것이 더 좋은 행복이라 생각한다. 청년은 열정이 있어 아름답듯이, 노년은 중후함과 여유가 있어 아름답다.

건강한 노년은 나의 목표가 될 수 있지만, 젊어 보이려 노력하는 것이 노년의 목표가 될 수 없다. 다시 오지 못할 노년은 이미 지나간 청년 시절만큼이나 소중한 인생의 한 부분이다. 아름다움은 젊은 시절에만 가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연륜의 멋이 우러나오는 노년기에만 가질 수 있는 아름다움이 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느낀 것은, 시절 시절마다 서로 다른 즐거움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늙어가는 모습을 보며 신이 나서 즐거워하는 사람은 없다. 나이가 들면 세상을 떠나야 하는 시간이 가까워져 오고 있다는 것이고, 할 수 있는 일보다 할 수 없는 일이 더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늙은 모습이 아직 익숙하지 않은 것이, ‘늙는 것을 거부하고 더 젊어 보이게 하는 것이 삶의 목표가 된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나의 노년은 지나간 시간을 반성하며, 넉넉함과 여유를 낳고, 또 다른 삶을 만들면서 아름답게 늙어가는 것이다.

(2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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