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쟁이 바보(최광식) 수필집

노년의 사랑

멋쟁이 바보, 최광식 2024. 3. 22.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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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의 사랑

용 오름-사랑나눔

 

어느 날, 80세가 되는 어르신(할머니)과 대화 한 내용의 일부다.

어르신, 날씨도 좋은데 적적하지 않으세요. 어떻게 소일하고 계세요?”

, 요즈음 아주 바빠. 그리고 아주 즐거워, 하루해가 짧을 때도 있어.”

뭐가 그리 즐겁고 재미가 있으세요?”

친구와 데이트해. 같이 다니며 식사도 하고, 한 살만 더 젊었어도말꼬리를 흐린다. 뭐라고 단정 지을 수 없지만, 모든 어르신이 이와 같은 생활을 하고 계시는 것은 아니다. 보수적인 육십 대() 아내에게 이야기했더니 남세스럽게 주책 부린다.”라고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여러분은 노년의 사랑에 대해서 어떤 생각과 느낌이 드는지?

어머니는 93세에 돌아가셨다. 14살에 결혼을 해서 47세에 혼자되셨는데, 46년을 독신으로 지냈다. 살아 계실 때, 할아버지 한 분 소개할까? 농 반, 진 반 이야기하면 웃으신다. 긍정도 부정도 안 하신다. 삶에 치여 생각할 겨를이 없었을 것이다.

가끔 어르신들의 사랑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사회적 쟁점이 되기도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기대수명이 늘어나면서 고령화 시대로 빠르게 진입하고 있다. 고령화가 되면서 원하듯, 원하지 않듯 홀로 사는 어르신이 증가하고 있다. 홀로 사는 어르신이 증가하면서 다양한 사회문제가 일어나고 있다. 그중 하나는 노년의 성()과 사랑 문제라 생각해 본다.

아직 우리 사회에서 홀로 된 어르신들의 이성 교제에 부정적인 시각이 많다. 노년의 삶은 젊은이 못지않게 혼자 있을 때는 고독감과 외로움을 느끼고, 심하면 우울증으로 자살까지 이어지고 있다. 인간의 사랑과 성적 욕망은 노년이 되어도 변하지 않으며 단지, 성호르몬이 줄어들 뿐이라고 말한다.

노년에도 적극적인 성생활은 통해서 삶을 좀 더 풍요롭게 즐기기를 원한다. 그렇지만 우리 사회가 노년의 성에 관해 관심을 보이는 것은 물론 거론하는 것조차도 점잖지 못한 행동으로 비난한다. 가부장적 사회의 문화유산이라 할 수 있는 이러한 금욕적인 태도는 결코 바람직한 것은 아닐 것이다.

대부분 노인은 이성에 대해 성적 욕구를 느끼며, 기회가 되면 이성 친구를 사귀기를 원하기도 한다. 노년의 성적 관심은 젊은 사람과 차이는 없다고 본다. 노년의 성을 죄악시하는 사회적 분위기와 편견은 은밀하게 이루어지기도 하며, 성범죄로 이어질 수 있어 사회적 문제가 되기도 한다.

 

<죽어도 좋아>라는 영화를 기억하시는 분들이 있을 것이다. 2002년 부산 국제 영화제에 출품되어 상영한 개봉 영화다. 노년의 성()에 대해서 다뤘고, 당시에 충격적이고 파격적인 내용을 담고 있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외로운 일상이 전부였던 주인공 할아버지(71)는 어느 날 공원에 갔다가 우연히 이상형의 주인공 할머니(70)를 만난다. 첫 만남에서 두 분은 서로를 향해 뜨거운 눈길을 보내고 첫눈에 반한다. 할아버지 이봐요 아유, 왜 그렇게 예뻐요. 여기 좀 봐 봐요.” 할머니 부끄러운 듯 웃는다. 두 분은 연애 기간은 별 의미가 없어 보였다. 일분일초가 아까운 그들은 바로 동거에 들어간다. 할머니는 유일한 살림살이인 장구와 옷 보따리 하나만 달랑 들고 할아버지 집으로 들어간다.

"에이, 아무리 급해도 그렇지 우선 결혼부터 해야지"
냉수 한 그릇 떠 놓고 결혼식을 올렸다. 마침내 노년 신혼부부가 탄생하게 된다.
웨딩드레스를 입은 할머니를 보며 할아버지의 말 "너무너무 예뻐, 꼭 달덩이 같아, 아들 하나만 낳아 줘"  할머니 그래. 낳을 수 있음 낳아야지.”
이들의 일상에서 성생활은 달력에 표시해 놓고 부부의 정을 나눴다. 이들에게 나이는 문제 되지 않았고, 사랑은 열정적이었다.

 

지인에게 홀로 되신 노모가 계신다. 건강이 좋지 않아 병원에는 자녀의 도움으로 다니곤 했다. 몇 년 전 노인대학에서 할아버지를 알게 되었다. 두 분은 가깝게 지내는 사이가 되었고, 각자의 집에 거주하며 서로 방문하면서 부족한 부분들을 채워주었고 외로움을 해결했다. 자녀가 모시고 다녔던 병원은 할아버지가 대신해 주었다. 자녀들은 두 분을 적극적으로 도와주었고, 건전한 일상생활을 보내는 모습에서 노년의 여러 가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본보기가 되는 한 단면이다.

 

두 사례를 보면서 노년의 문제를 이성 간 성적인 문제로만 해결하려 하는 것은 아니다. 기대수명이 길어지면서 이와 같은 문제는 항시 가지고 있다. 그 문제가 어떤 것이든 보수적인 관점보다는 편견을 버리고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질 때가 되었다.

누군가는 노년의 사랑을 추하다고 말한다. 정말 그럴까, 나는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까? 나도 얼마 되지 않아 칠십 대의 노년이 된다. 그 감정은 청년기, , 장년기 못지않으리라 생각한다. 청소년의 사랑도 중요하지만, 노년의 사랑도 중요하다. 사랑은 이성() 교제만을 얘기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젊은이들에게는 소개팅이 있다. 서로 이상형을 찾아가는 하나의 방법이다. 어르신들도 이와 같은 방법으로 친구를 맺어 주면 어떨까? 그 밖에도 외로움을 해결할 방법이 있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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